흙을 맛있게 먹는 아이

 쫀쫀한 요람기

그 때에는 흙이 그렇게 맛있었다 


나는 흙을 많이 먹었다

고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억이 생생하게 나기도 한다. 

내가 흙을 먹던 그 기억 말이다. 

심지어

맛있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아니 애초에 맛이 없었다면 아무리 어린 나이라도 흙을 먹지는 않았을 테니 납득이 가긴 한다. 정확히 무슨 맛이었는지도 대충 기억이 나는 게 신기할 정도로 흙을 먹은 기억들이 생생하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 흙이냐 먹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주로 먹은 흙은 흙먼지같은 느낌의 고운 흙이었다. 진흙같은 느낌도 아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유치원 시절 봄이었다. 마른 흙으로 인해서 바람만 불어도 흙먼지가 사방에서 날아다니던 건조한 날씨. 

지금은 

학교마다 트랙을 깔고 잔디를 깔면서 학교 운동장에서 흙먼지가 날리는 일이 과거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건조한 날 운동장은 흙먼지 그 자체였고 비가 내리면 진흙탕이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비가 온 다음 날에는 운동장에서 축구라도 하고 들어오면 운동화가 난리도 아니었다.

흙을 먹었지만

진흙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먼지같은 흙먼지는 손으로 퍼서 먹었었다.

손으로 살살 골라서 고운 흙을 손바닥에 올려 놓고 혀로 핥으면서 맛을 느끼고 음미했다. 말 그대로 흙의 맛을 음미했다고 보는 게 맞다. 위생을 생각하자면 더럽고 지저분한 게 사실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그렇게 맛이 있었다. 

신기한 건 학교 안에서는 분명 누군가의 지도와 감시 아래 있었을 텐데 흙을 먹는다고 선생님에게 혼난 기억은 한 번도 없다.

단지 

내가 흙을 먹는 모습을 보고 기겁한 엄마에게 많이 혼났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혼이 나면 더 몰래 한다고 그 뒤부터는 혼자서 몰래 흙을 먹었는데 어느 순간 나 역시 더 이상 흙을 먹지는 않게 되었고 그 기억을 아예 잃어 버리고 있다가 중학생인가 고등학생때 엄마가 갑자기 너 염소 똥 먹은 거 기억나냐고 해서 퍼뜩 기억이 났다.

아니

염소 뭐요?

흙을 먹은 기억은 나는데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염소똥을 먹은 기억은 없었기에 나 역시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다. 

엄마가 말하기를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염소를 키우고 있었다고 한다. 그건 나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염소 한 마리를 키워서 뭘 하려고 했던 건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아기 염소를 받아서 팔려고 했던 게 아닌가 짐작을 해 볼 뿐이다. 

어차피 

한 마리 정도만 키우는 거여서 집 안에서는 안 키우고 집 근처 강변 어딘가에 묶어 놓고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 내가 그 염소 옆에서 햇빛에 말라 고운 입자가 된 염소똥을 먹고 있더라는 거다. 하지만 아무리 동물의 분뇨가 말랐다고는 해도 분명히 냄새가 났을 텐데 비겁한 변명이긴 하지만 아마도 나는 그 옆에 있는 고운 흙입자를 먹었는데 엄마는 염소 똥을 먹는 걸로 착각하지 않았을까 정도로 기억을 미화하고 싶은데 나도 기억이 잘 없기는 해서 잘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염소똥을 먹었을 거 같지는 않다.

분명히 흙처럼 맛있었을 거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친척 집에서 하고 있으니 이모님께서 자기도 어린 시절에 흙을 먹은 기억이 있다고 수줍게 고백하셨다. 생각보다 어린 시절에 흙을 먹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먹을 게 없어서라기보다는 

내 기억에 근거한 사실이긴 하지만 

실제로 흙이 맛은 있었다. 

지금이야 직접적으로 흙을 마주할 일이 없긴 해서 그럴 일은 없으나 어린 아이들은 새로운 물건이면 무조건 입으로 가지고 가는 게 버릇이어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나 역시 그러다가 마른 흙의 맛에 눈을 떴을 테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계속 먹게 된 건 아닐까.

지금에 와서 

흙을 먹으라고 하면 기겁을 하겠지만 그 때에는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세먼지도 심하고 미세 플라스틱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수준이기에 절대로 흙을 먹으면 안 된다.

그래도 참 맛있었다. 

추억의 맛이랄까.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네이버 블로그 저품질의 지옥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선생님

제주 항공 참사 개인적인 의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