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지적 장애인 친구

 쫀쫀한 학교 이야기 

외모와 기럭지 모두 완벽한데 지능이 낮았던 그 친구 

나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학교를 다닌 사람이다. 

그러하기에 

지금의 학교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라떼를 말해 보자면

그야말로 정글이었다

라고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지금도 우리 나라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내가 판단 내릴 문제는 아닌데 그래도 안정화가 되었다는 거 자체가 반갑다. 

내가 학교를 다닐 시절에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기에 변화를 그대로 맞이해야 했고 그런 연유로 독특한 경험을 할 일도 많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지적 장애인과 같은 반에서 무려 2년 가까이 같이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나는 시골의 중학교를 다녔기에 그 지역에는 당연하게도 특수 학교 이런 게 없었다. 도시만 해도 지적 장애나 자폐성 장애가 심한 경우 특수 학교를 가는 게 당연하지만 시골에는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 


그리고 

당시는 지적 장애는 있어도 자폐성 장애는 주변에 별로 없었는데 그 친구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지적 장애가 맞기는 한 거 같다. 이 두 개를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사회성이라는데 그 아이는 확실히 사회성은 있었고 그로 인해 아이들과 생각보다는 잘 어울려 놀긴 했다.

그걸 

놀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긴 하지만 말이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 친구의 이름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그 친구에 대한 기억은 다른 어떠한 친구보다 잔상에 오래 남는다. 그만큼 독특한 친구였고 초등학교 시절에도 본 적이 없는 친구여서 그러했던 듯하다. 오히려 초등학교 시절에는 특수 학교는 없어도 학교 안에 특수 학급이 있어서 그런 아이들을 따로 모아서 특별 수업을 한 터라 학교에서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학교는 무슨 연유인지 누가 봐도 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을 일반 학생들과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게 하였고 그로 인해 가끔 면학 분위기에 방해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받는 피해보다 그 어린 나이에도 그 친구가 또래와 선생님으로부터 당하는 물리적 그리고 정신적인 수준이 거의 학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일단 선생님

선생님들도 지적 장애나 자폐성 장애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이었고 시골이라서 더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지적 장애 친구는 당연히 선생님의 말을 잘 듣기 어려웠었고 당연한 결과로 말을 안 듣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남자 선생님들은 그 친구에게 가혹하리만치 체벌을 가하고는 했다. 귀싸대기를 때리는 건 예사였고 심한 벌을 주거나 모욕을 주는 언행도 서슴치 않았다. 과연 저런 사람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수준 낮은 행동을 하는 선생님들이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정말 많았다.

게다가

아이들은 어떠한가.

보고 배우는 게 선생님들 뿐이니 이 아이들 역시 그 친구에게는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선생님들보다 더한 언행을 보이기 일쑤였다. 단순히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모자라 심할 정도로 놀리는 게 일상이었다.

거기서 끝나면 오히려 다행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게 한다던가

바지를 벗겨 성기를 보이게 한다던가 

심하게 때리고 도망간다던가

하는 온갖 몹쓸 짓을 그 친구에게 하고는 했다.

당시 나는 꼴에 반장이라고 그 친구를 챙겨야 하는 입장이었으나 현실적으로 같은 또래가 지적 장애를 얼마나 챙겨줄 수 있겠나. 단지 아이들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정도가 다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의 부모님이 모두 지적 장애인들이셨고 그 친구의 형제 역시 모두 다 지적 장애인들이었다. 한 마디로 가족이 전부 다 지적 장애인이었는데 이런 거 보면 지적 장애는 확실히 유전이 맞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유전 요인이 그리 높지는 않을 거 같은데 역시 예상대로 부모 모두 지적 장애로 진단이 되었을 때에는 거의 80% 이상의 확률로 자녀도 지적 장애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이 친구가 과연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 신기했던 건 이 친구는 외모도 굉장히 잘 생긴 편이고 키도 또래보다 훨씬 컸다는 사실이다. 시골이긴 해서 학생 수가 30명이 겨우 넘었지만 그 친구는 반에서 가장 큰 편이었다. 근육 발달이나 2차 성징 징후도 좋아서 가끔 보여주는 고추도 성인보다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체적인 면에서는 상위 1%에 들어갈 정도로 좋은 편인데 지적 장애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는 인간적인 삶을 사는 게 참 힘들어 보이긴 했다. 나는 2학년 중간에 전학을 가서 그 친구의 소식을 그 이후로는 들을 수 없었으나 가끔 그 친구가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학교를 돌아다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친구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정말 이상향인데 이런 유토피아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기는 해서 안타까운 마음 가득하다. 

특히 요즘은 노산이 많아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하던데 그에 반해 사회적인 해결책이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만큼은 논의가 거의 없는 거 같아 신기할 정도다.

우리 나라는 이런 거 보면 사회적인 약자들을 악마화시키는 게 특기인 거 같은데 장애인 협회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생각을 하지는 않고 격리하고 분리시키는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일까. 

그래서인지 

나는 

장애인 단체에서 시위를 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거 보면 중학생 시절 보았던 그 친구가 떠오른다.

그 친구는 과연 잘 지내고 있을까.

이토록 약자에게 가혹한 한국 사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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