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초의 도둑질

 쫀쫀한 요람기 

나는 왜 동전을 훔치게 되었나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른다.

처음이자 마지막 도둑질이기에 기억에는 나름 생생한데 도대체 왜 그런 짓을 벌인 건지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잘 이해가 안 간다. 뭐에 씌었던 걸까. 누가 나를 종용한 걸까. 아니면 내 안에 그런 기질이 원래부터 있었던 걸까. 왜 그랬던 걸까. 그 당시로 돌아가서 나에게 묻고 싶다.

왜 훔친 거니?

하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다. 

바야흐로 

벌써 오래전 일이다. 

아마도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시절이라고 기억이 나는데 숙제를 제대로 했다거나 공부를 한 기억이 없어서 아마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일이었을 거다. 그 날은 아마도 휴일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았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내가 다니던 유치원은 초등학교와 같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형과 함께 등교를 했는데 그 날은 등교를 한 기억이 없다. 

어른들은 일을 보러 낮에 잠깐 나가시고 나는 그날도 마을의 친구들과 마을 어귀에서 놀게 되었다. 그 당시 하루 일과는 뭐 그런 식이었다. 워낙 시골이었던 터라 학원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딱히 놀 만한거리들이 많은 시절도 아니었다. 

그저 모여서 마을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직전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노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의 어린 친구들은 학원과 집을 오간다고 하지만 시골에서는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고 그 당시에는 다 그렇게 놀았다.

그 날도 아무 생각없이 친구들과 놀다가 갑자기 누군가 말을 꺼낸 듯하다.

군것질 거리를 먹고 싶다고 말이다. 지금처럼 온라인 쇼핑은 꿈도 못 꾸고 마트가 흔한 시절도 아니었다. 내가 사는 마을에는 그 흔한 슈퍼도 없어서 가게에 가려면 읍내로 나가야만 하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소규모로 운영하는 그야말로 과자 몇 개와 소주나 막걸리 정도를 파는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구멍 가게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가게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아무도 돈이 없었다.

그때 나는 떠올렸다.

부모님께서 주무시는 안방에 엄마나 아빠가 돈을 쓰고 남은 동전들을 하얀 통에 넣어 둔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금통은 아니었고 누구나 꺼내갈 수 있게 담아 두는 동전통이었다. 직사각형 모양인 게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거 보면 한 번도 허락없이 동전을 꺼내가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 만큼은 어린 나이에도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에 동전통이 있다고 아이들에게 알렸고 아이들은 그럼 지금 집에 가서 동전을 가지고 오자고 했다. 어린 아이였던 나는 순진하게도 부모님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은 하였으나 그래도 부모님에게 말도 없이 동전을 꺼내가는 건 안 된다는 건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동네 아이들과 동전을 꺼내가면서 혹시 몰라 안방 문을 잠궜다.

그런데 

하필 그날 

멀리 사시는 큰 이모님이 우리 집에 잠시 와 계셨다. 

큰 이모는 안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무언가를 하는 우리에게 무얼 하냐고 물어 보셨고 우리는 말도 없이 동전을 털고 안방을 나서 현관으로 나갔다. 큰이모는 아마도 우리가 동전을 털어 갔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을 건데 재빠른 아이들을 잡을 만큼 행동이 빠르진 못 했다. 그렇게 밖으로 나간 우리들은 아이스크림과 여러 가지 간식들을 사서 맛있게 먹으며 해가 질 때까지 신난게 놀았다. 

사실 동전을 훔친 기억은 선명한데 그 이후 무얼 먹었고 뭐하고 놀았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다. 분명 평소에 하던대로 실없는 장난들을 치며 놀았을 거다. 술래잡기를 한다거나 숨바꼭질을 한다거나 아니면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아이들이 할 만한 놀이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심판의 시간이 다가왔다.

저녁을 먹으로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설마 혼날까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었다. 당연히 혼날 거 같긴 하지만 배고파서 그랬다고 하면 용서해 주실까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나의 기대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부모님 그리고 큰이모의 화난 얼굴을 보고 바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 이후에는 뭐 다 알다시피 어마무시하게 혼난 기억만 난다.

너무 어린 아이였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경기를 일으키면서 울었다. 나중에 엄마인지 큰이모인지가 어린 나를 안아 주었던 걸로 기억은 하는데 그 당시의 충격이 너무 커서 나는 이후에 먼지 하나도 훔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어설프게 도둑질을 한 걸 큰이모에게 들켜서 혼이 제대로 난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아마 이 첫 번째 경험이 무사히 넘어갔다면 나는 다른 물건도 아마 훔치기 시작했을 거다. 실제로 초등학교 시절에도 문방구에서 아무렇지 않게 작은 학용품같은 걸 훔치는 친구들이 있었고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못 하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호되게 혼난 경험으로 인해 나는 그런 아이들이 신기할 정도였다. 아마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은 거겠지. 연필 하나 샤프 하나 그리고 볼펜 하나 훔치는 게 별 대수냐 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은근히 학창 시절에도 있었다. 

내가 훔친 동전은 아마 지금 가치로 따진다고 해도 몇 천원이 안 되는 돈이었을 텐데 그 당시 나는 생애 처음으로 가장 심하게 혼이 났고 경기를 일으키며 울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남의 물건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부모님 그리고 큰이모님에게 감사한다. 

그때 혼나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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