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무자비한 월세
쫀쫀한 홍콩 이야기
상상 이상으로 잔인한 홍콩의 월세
어쩌다 보니 홍콩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다.지금은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으나 나에게 홍콩은 호주 다음으로 제 2의 고향같은 느낌이다. 홍콩 음식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홍콩이라는 도시에 살기 전에는 여행으로도 한 번 안 가 본 도시이지만 그래도 10년이나 살아온 터라 그런지 애정이 가는 건 사실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홍콩하면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홍콩 야경
딤섬
디저트
쇼핑의 천국
정도일 텐데 요즘 들어서는 쇼핑의 천국은 환율 때문에 나락간 지 오래고 그저 괜찮은 여행지 정도로 인식이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람들이 과거 만큼 홍콩으로 여행을 잘 안 가시는 거 같기는 하다. 환율 영향도 있겠지만 홍콩의 매력이 과거와 비교해 보자면 많이 하락한 게 가장 크지 않을까.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내가 사는 10년 동안도 홍콩의 모습이 많이 바뀐 것 역시 사실이다. 내가 이 정도인데 오래 전에 홍콩에 오신 경험이 있다가 최근에 오시면 아마 달라진 모습을 피부로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나는 홍콩에 본사를 둔 직장을 그만두면서 한국으로 돌아온 사례인데 오늘 이야기할 부담스러운 월세 때문에 홍콩을 떠난 건 절대 아니지만 홍콩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 월세 내고 과연 내가 살아 남을 수 있을까를 매일 매일 고민한 것 역시 사실이다.
물론 홍콩도 월세가 저렴한 지역이 있긴 하다.
그러나 당연히 그런 곳은 교통이 불편하고 생활 인프라가 극악인 수준이다. 직장 생활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하려면 어느 정도 생활 기반이 갖추어진 곳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런 곳은 기본적으로 월세가 아무리 좁은 곳이라도 100만원은 그냥 넘어간다. 보통 살만한 곳이라면 10평 기준으로 최소 200만원 가까이는 줘야 괜찮은 곳에 살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우리 나라의 강남같은 값이 조금 나가는 지역으로 가면 금방 300만원 이상으로 월세가 치솟는다. 그래서 홍콩은 가족이 아니어도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심지어 주변 홍콩 친구들을 보면 결혼을 하고 나서도 같이 살지 못 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았다. 그만큼 월세는 나같은 외국인들만이 아니라 홍콩 현지인들에게도 극히 부담스러운 요소다.
오죽하면 홍콩에 사는 초등학생들의 최대 소원이 자신 만의 방을 갖는 거라고 할까.
나는 그나마 회사에서 일하는 8년 동안은 월세를 대부분 보조 받았기에 그만큼 부담이 덜했는데 그 이후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그만두고 말았다. 내가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쓰게 되면 남는 돈이 전무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같이 생활하면 되지만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 해서 결국은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 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월세 부담 때문에 홍콩을 떠나는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생각보다 월급이 높은 직장은 홍콩에서도 한정되어 있는 데다가 월세 부담은 자꾸만 올라가고 기타 생활비도 저렴하지 않은 곳이 바로 홍콩이기에 그러하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미래가 그리 밝은 것도 아니고 내 커리어가 대단한 것도 아니어서 쉽게 포기하고 돌아오긴 하였으나 홍콩에서 미래를 꿈꾸시는 분들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영주권을 따고 나서 집을 구입하는 걸 추천한다. 애초에 홍콩은 위치만 적당하면 나중에 홍콩을 떠나도 월세를 주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고 그런 일을 담당하는 부동산 업체가 많아서 어느 정도 수수료만 주면 다 처리해준다.
그리고 영주권을 가지게 되면 집 구입 관련 세금이 줄어 들어서 확실히 이득이긴 하다.
하지만 난 홍콩에서 정착할 마음도 없었던 데다가 내 월급으로 홍콩에서 아파트를 사는 건 언감생심이어서 생각도 하질 않았는데 주변을 보면 무리해서 아파트를 구입한 외국인 친구들도 몇 명 있었다.
그래도 나는 회사에서 주는 집값 보조가 마무리되고 나서도 회사에서 계속 일할 마음이 있었기에 8년 뒤에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고민과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어차피 그만둘 거 최대한 즐기면서 아무 생각없이 홍콩을 즐겼으면 어떠했을까하는 후회가 떠오른다. 어차피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거면서 말이다.
하지만 입사할 때만 해도 회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말 그대로 뼈를 묻고 싶을 정도였다.
뒤돌아 보면 나는 걱정이 참 많은 사람인데 그런 경험을 겪고 나서는 생각보다 큰 일 앞에서도 걱정을 그다지 하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그런 걱정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제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일이 풀리리라는 걸 알게 되었기에 그러하다.
그저 물 흐르는대로 하루하루 그리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게 제일이다.
따지고 보면 홍콩도 자신의 월급에 맞게 집을 잘 찾아 보면 나만의 예산 안에서 집을 구할 수 있긴 하다. 분명 포기해야 할 지점도 있지만 우리 나라처럼 전세 제도가 없어서 전세 사기를 당할 일도 없는 데다가 부동산이 꽤나 많은 걸 해주기 때문에 광동어를 못 하는 외국인이라고 해도 사기를 당할 염려 자체가 없다.
게다가 홍콩에서 회사를 구한다면 혹시라도 집값 보조를 해주는 회사가 있는지 알아보는 게 좋다. 월세가 생각 이상으로 부담스럽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나는 회사 덕분에 나름 괜찮은 곳에서 8년을 보내다 나올 수 있었다. 내 월급 안에서 해결을 해야 했다면 절대로 구하지 못 했을 그런 괜찮은 아파트에서 생활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다.
가끔 퇴사한 회사 동료들과 전화 통하하면서 우리가 일하던 시절이 그래도 상대적으로 좋았다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실제로도 그 말에 동의한다. 회사를 나오긴 했어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갈수록 복지는 안 좋아지는 회사를 보면서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다닐 시절에는 월세 보조가 8년이었는데 이제는 겨우 3년이라고 한다.
아마 다음 번에는 어느 순간 1년이나 6개월로 줄어 든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거 같다.
그래도 홍콩은 너무나 멋진 도시여서 월세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달이나 두 달 정도는 다시 한 번 살아 보고 싶다. 실제로 아파트가 아니어도 아파트같은 호텔을 한 달에서 두 달 동안 지낼 수 있는 패키지가 호텔마다 있던데 기회가 되면 한 번 살아 봐야지.
나는 운 좋게도 일하던 회사 덕분에 홍콩 영주권도 있어서 홍콩을 가는 게 부담이 없는 편인데 나중에 꼭 한 번 살아봐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되는 오늘이다.
오늘따라 홍콩도 그립고 탐짜이 국수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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